원격의료, 의료영리화 문제가 전 국민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요즘, <오마이뉴스>와 한국의료협동조합은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의 공공성을 위한 '우리동네 주치의' 의료협동조합의 오늘과 내일의 모습을 함께 짚어 봅니다. [편집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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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생협 의사들은 마을 주민들이 조합원이기 때문에 마을의 1차 주치의로서 주민들의 총체적인 건강 관리를 돕는다. | |
ⓒ 한국의료협동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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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신촌세브란스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및 의사들이 회진을 돌고 있다. | |
ⓒ 유성애 |
"환영해주는 환자들, 충격이었다" [인터뷰] 이상재 함께걸음한의원 원장 | ||||||
"다른 병원에서 일할 때는 특별히 환영받을 일이 없었는데, 여기 와서 환자들로부터 굉장히 환영받았던 것이 새로운 충격이었다. 개인 한의원에서 일할 때 환자와의 기 싸움이 굉장하다. 환자는 의사에게 홀려서 필요 없는 걸 권유받지 않을까 의심하고, 의사는 환자를 잘 구슬려서 우리 병원에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하려고 하기 때문에 서로를 살피는 기싸움이 있다. 그런데 여기는 환자가 의사를 믿고 오니까, 기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물론 병원경영부담이 있긴 하지만, 환자 상태에 따라서 필요한 진료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 - 병원 수익 창출 부담감에 대해 예전보다는 자유로워졌다고 하셨다. "어려운 질문이다. 아무리 비영리라고 하지만 병원경영이 어려우면 조금 권할 수도 있는 거다. 그러나 어쨌든 병원의 목적은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의사에게도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으니 얼마를 올리시오'라는 경영 압박이 심하지는 않다." - 예방사업하면서 동네어르신들과 운동도 하는 등 건강 활동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분들이 조합의 건강활동과 연계가 잘 되고 있나? 아니면 별개인가? "그게 과제다. 흔히 의료협동조합을 이용하고 참여하는 사람은 젊고 활동적이고 지역사회에 대한 의욕이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 병원 이용자는 동네어르신, 주부들이 많다. 이런 병원 이용자들을 활동조합원으로 만드는 것이 협동조합의 일인데, 참여시킬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이 부족하다. 침도 맞고 진료받던 할머니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하기도 한다." - 환자를 자주 보다 보면 동네에 얼굴도 알려지게 될 텐데 어려움은 없나? "길 가다가 침 뱉는 등 나쁜 짓 못하게 된다. 노원역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인사를 몇 번씩 하게 된다. 다른 의료협동조합의 의사는 동네에 오래 사셔서 장 보러 갈 때 아는 사람들과 수다도 나누고 동네의사로 살고 있다. 저는 이 동네에서 살고 있지 않지만, 동네 조합행사나 체육대회에 나가 이야기 나누다 보니, 병원에 와서 의사에게 아픈 걸 묻는 게 그렇게 편한 게 아니구나를 알게 되었다. 학생들은 의대생이고 주변에 의사도 있고 해서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프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인터넷을 뒤져보거나 하지, 의사에게 묻는 일이 쉽지 않다. 정말 너무 아파서 걱정되지 않는 한. 그런데 의료협동조합에서는 일상적으로 의사를 만날 수 있고 페이스북 트위터로도 소통하고 쉽게 물어볼 수 있어서 의사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 그게 주치의다.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의사를 갖게 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사실 이런 일을 좋아할 의사도 있고, 피곤해 할 의사도 있다. 동네주민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의사에겐 의료생협이 정말 좋은 직장이다. 관계를 맺고 일상적으로 생활을 나누는 속에 보람이 있다. 제가 본과 4학년 때 한일의대생교류로 일본의료생협 견학을 갔었는데, 감동적인 의사상을 보았다. 나이 많은 60대 의사였는데, 동네사람이 그 의사를 좋아하고, 의사도 보람을 느끼며 조합원들을 좋아했다. 평범하지만 신선한 충격이었다. 저도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민들과 어울리는 행복한 의사를 목표로 세웠다." - 중증질환이나 심하게 아픈 환자의 경우 리퍼(타의료기관 진료의뢰)를 어떻게 하나? "일본의료생협은 3차의료기관까지 운영한다. 한국의료협동조합은 현재 일차의료 위주이다. 여기 한의원에서 상급진료가 필요할 때는 상계동 백병원 등으로 진료의뢰서를 써준다. 우리나라는 일차의료부터 3차의료까지 의료전달체계가 잘 되어 있지 않다. 진료의뢰서를 쓰더라도 대부분 '고진선처 바랍니다'가 끝이다. 저는 진료의뢰서 정성껏 쓰고, 진료받고 오시면 잘 받았는지 물어보고, 상급기관에서 못 물어본 거 있으면 다시 상담해드리곤 한다." - 생협조합원들이 한의원에 바라는 욕구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시중 현대 의료에서 채워지지 않는 것들을 다 원한다고 보면 된다. 비싸지 않고, 약을 많이 권하지 않고 그러면서 친절하고 잘 고치는 의원 말이다. 환자 입장에서 그렇지 않겠나. 주민들이 돈 모아 만든 병원이니까 원하는 게 다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정된 자원으로 다 할 수는 없고, 그런 것들을 채워나가려 노력한다. 의료생협 의사에 대한 요구도 많다. 타의료협동조합에서 후배 한의사를 구해달라는 문의들을 받는데, 요구사항들이 많다. 마치 동양전설의 용과 같다. 좋은 거 다 갖다 놔도 실제로는 안 나타나는 용처럼. 의료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싸고 친절하고 깨끗하고 소독도 잘해야 하고 근데 적은 돈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것이 의료생협의 딜레마다. 원하는 게 많고 할 일은 많은데 자원이나 기반이 아직 부족하다. 우리 한의원은 5~6년 되었고, 조합원이 1000명이다. 2000명 되면 경영이 안정될 거라 본다. 매출을 많이 올리는 것도 안 하고, 특별히 녹용도 권하지 않고 있다. 요즘 일차의료 전부가 어렵다. 빚내서 개원했는데 문 닫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의원 개원 5년 생존률이 70%라고 한다. 30%는 문 닫고 딴 데로 가거나 시골로 가거나 한다. 어려운 일차 개원가에서 양심적으로 영리를 취하지 않으면서 마을건강사업을 많이 하려니까 실질적으로 의료협동조합이 어려움이 많다." - 환자 한 분 보는 시간은 얼마나? "과마다 다를 수 있다. 한의원에서는 정신과 수준은 아니더라도 길게 본다. 머리 아프다고 해도 화장실은 잘 가냐, 생리통은 없느냐, 일상 생활의 현황을 물어본다. 한의원의 특성상 길게 본다. 여기 아프다고 하면 여기만 보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만져보고 물어보니까 좋아한다. 양방의사들도 그렇게 하면 환자들 만족도가 높아진다. 일차진료하는 의사들은 여러가지 환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것들을 물어봐주고, 아픈 데 만져보고 해야 한다. 검사 위주로 되어가고 있는데, 검사보다 그게 더 본질적인 부분이다. 의료협동조합을 생각하는 의사들은 뭔가 지금은 없지만 과거에 있었을 것만 같은, 정말 동네의사의 전형을 꿈꾸는 사람들이 오면 좋겠다. 진료시간도 짧고 돈만 받으면 남남이 되고, 생활관리 하라고 '운동하고 살빼세요' 하고선 정말 잘하고 있는지도 관심도 없는 단편화된 의사를 넘어서야 한다. 저도 잘 못하고 있어서 이렇게 말하면서 스스로에게 자극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