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
처음
내게로 와 꽃씨가 되었다가
아직도 피지 못한 채 남아있는
당신은 하나의 작은 꽃이다
헤아릴 수 없는 불면의 밤에
한떨기 빛으로 다가오던
당신은 하나의 별빛이다
때론 비내리는 날을 함께 울고
수많은 비바람에 쓰러지기도 하던
당신은 간절한 새벽기도 이기도 하다
시퍼런 칼날의 겨울은 다가오고
온몸뚱이 가리울 곳 없는
당신은 밑으로 안으로 생뿌리를 준비하는
소망이다
피멍울 가슴 박차고 나르는
두견의 눈빛을 그대로 닮은
당신은 푸른 하늘을 가슴에 지닌
봄. 들. 꽃 이다.
('87.11) 오 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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