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사랑방
감사합니다. 당선사례를 대신해서 시 한편을 옮깁니다...
조세종(sjcho) | 2012-03-04 | 8310 HIT
뜨거운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새로 이사장을 맡은 조세종입니다.
함께 새로운 길, 새로운 역할을 맡는 모든 분들께 축복이 되라고
저는 재주가 모자라 쓰지 못하고, 대신 종환이 형(세례명 진길 아우구스티노)의 시를 옮겨 적습니다.
 
 
        축     복
                                 도종환
 
이른 봄에 내 곁에 와 피는
봄꽃만 축복이 아니다.
내게 오는 건 다 축복이었다.
고통도 아픔도 축복이었다.
뼈저리게 외롭고 가난하던 어린 날도
내 발을 붙들고 떨어지지 않던
스무 살 무렵의 진흙덩이 같던 절망도
생각해 보니 축복이었다.
그 절망 아니었으면 내 뼈가 튼튼하지 않았으리라.
세상이 내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걸어
길바닥에 팽개치고 어둔 굴 속에 가둔 것도
생각해 보니 영혼의 담금질이었다.
한 시대가 다 참혹하였거늘
거인 같은, 바위 같은 편견과 어리석음과 탐욕의
방파제에 맞서다 목숨을 잃은 이가 헤아릴 수 없거늘
이렇게 작게라도 물결치며 살아 있는 게
복 아니고 무엇이랴.
육신에 병이 조금 들었다고 어이 불행이라 말하랴.
내게 오는 건 통증조차 축복이다.
죽음도 통곡도 축복으로 바꾸어 오지 않았는가.
이 봄 어이 매화꽃만 축복이랴.
내게 오는 건 시련도 비명도 다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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